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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감성, 일상)

공짜 치킨은 두 배로 맛있다.(배달 에피소드)

by ♠SeltoΨ 2023. 10.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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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추석연휴에 배달음식 주문이 많이 증가했다. 오랜만에 저녁피크 타임을 타려고 오후 4시 30분쯤에 배민커넥트를 겼다. 바이크를 예열하는 잠시동안 콜이 잡혔다. 구간배달이었고, 해운대구 좌동에서 치킨을 픽업해서 송정까지 배달하는 코스였다. 수락을 하고 바이크를 탑승하는데, 좌동 내에서 짧게 움직이는 중국집 구간배달이 배차되었다. 30분 정도에 만원 수입이 가능한 2배차가 완성되었다. 그런데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구간배달이 하나 더 배차되었다. 마라탕이었고, 좌동내부에서 움직이는 코스였다.

일단 수락을 하고, 신규배차를 껐다. 이동 중에 계속 신규콜이 배차되면, 이동이 늦어진다. 나는 3배차가 되면, 신규배차를 끄는 것이 편하다.

 

동선은 치킨 픽업, 마라탕 픽업, 마라탕 배송, 중국집 픽업, 중국집 배송, 치킨 배송 순서이다. 처음 받은 콜은 배송까지 최소 40분에서 50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었다. 제일 먼저 치킨을 주문한 고객이 제일 늦게 음식을 받게 되는 불합리한 동선이다. 치킨을 시킨 고객에게는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다. 배민커넥트는 라이더가 AI의 요청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 때문에 여러 군데를 들러야 하는 알뜰배달에서 면이 불어 터지든 음식이 식어 빠지든 라이더의 잘못이 아니다.

 

설상가상 치킨을 픽업한 후 마라탕집에서 조리대기가 걸렸다. 약 10분 정도 소요되었다. 재빨리 마라탕을 픽업 후 배송완료하고, 중국집으로 픽업을 갔다. 콜 수락을 한 후 30분이 지난 시점이었는데, 중국집 사장님이 늦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움직이는 동안 메시지가 4~5번 울리는 것으로 보아 이 사장님 상당히 마음이 급했던 것 같았다. 그런데 오토바이로 이동하는 동안 문자로 메시지를 보내는 배민커넥트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 확인하려면 오토바이를 정차해야 하고, 그만큼 시간은 더 지체된다.

중국집 업주에게는 구간배달이라 어쩔 수 없고, 최대한 서둘러서 온 거라 답변을 했다. 마라탕집에서 조리대기가 있었지만 두 군대 픽업에 한 곳에 배송하고, 픽업지 도착까지 30분이면 내 기준에서는 준수한 편이었다. 동선이 많이 막히는 구간도 아니었고, 움직일 때 특이사항도 없었다. 

 

중국집에서 픽업한 팔보채를 배송하기 위해 움직이는데, 고객이 주소를 이상하게 기재했다. GPS 핀은 A아파트인데, 배송지 주소에는 B아파트로 적어두었다. GPS로 찾아가서는 B아파트가 없음을 인지하고, 고객에게 전화를 걸어서 확인했다. 고객이 뻔뻔하다. 자기가 주소를 잘못 기재한 것을 알고 있었고, 다른 분들은 알아서 가져다주더라고 이야기했다. 지리를 잘 아는 기사들은 그렇게 하는데, 타 지역에서 유입된 기사들은 지도를 보고 찾기 때문에 수정을 해야 한다고 설명을 했다. 다행히 가까운 거리라 시간이 많이 걸리지는 않았다. 

구간배달 알뜰배달이 효율은 좋을지 몰라도 이런 일들이 생기면 라이더 입장에서 쉽게 지친다. 구간배달 한 번에 조리대기 10분, 업주와 언쟁, 고객 주소 오기재(시간이 없어서 그냥 수행)까지 총 3번의 불필요한 에너지가 소모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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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치킨이 남았다. 신규배차를 켜고 출발을 하려는데, 고객이 주문을 취소했다고 메시지가 왔다. 음식은 자체폐기 하라는 내용이었다. 이 고객 제일 먼저 주문하고는 얼마나 기다렸을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AI에 맞춰서 실수 없이 움직였기 때문에 내 잘못이 아니다. 물론 신호 다 재끼고, 차간 주행에 칼치기하면서 당겼으면, 조금 단축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난 남의 밥을 가져다주느라고 목숨을 걸고 교통법규를 어기는 짓은 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어서 송정으로 배송하는 커피가 배차되었다. 일단 수락을 하고, 쉬엄쉬엄하자는 생각으로 한 건씩 배송하는 옵션을 켰다. 이렇게 콜이 많고 차가 밀리는 상황이면 한건씩 배송하기를 해도 조리대기가 걸어지거나 콜이 끊어지는 경우가 드물다.

커피를 배송하면서 고민했다. 따뜻한 치킨을 먹고 싶은데, 이대로 저녁피크를 탈것이냐? 일찍 마무리하고 공짜치킨을 즐길 것이냐? 커피 배송지를 보니 유배지였다. 분명 빈차로 나오게 될 것이고, 신규로 콜을 받으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하고 신규배차를 껐다.

 

1시간 남짓 2만 원 정도 수익을 남기고 복귀했다. 자체폐기하라는 치킨으로 저녁식사를 했다. 치킨이 아직 따뜻했고, 식구들도 저녁을 먹기 전이었기 때문에 나이스 타이밍이었다. 고객에게는 미안하지만 공짜라 두 배는 맛있었던 것 같다. 라이더 입장에서 고객들에게 조언하자면, 배달이 많고 차가 밀리는 상황이면 그냥 한집배달을 시키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다.

 

고객님에게는 죄송하지만, 치킨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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