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8시 30분쯤에 눈을 떴다. 알람 없이 생활한 지 3년이 넘어간다. 지금 생활에서 가장 만족하는 부분 중에 하나이다. 알람은 아무리 좋아하는 음악으로 설정한다 하더라도, 잠을 깨우는 목적으로 듣게 되면 기계음일 뿐이다. 거기에 더해 좋아하던 소리를 가장 정 떨어지는 소음으로 만드는 일이 된다.
'11시 전에는 나갈 수 있겠다.'
평일이라 콜이 없을 테니, 마실 다닌다는 느낌으로 4~5만 원정도만 목표를 세웠다. 사실 휴일, 평일, 비수기, 성수기 상관없이 이런 생각으로 오전에 집을 나선다. 나한테 음식 배달은 돈을 벌겠다는 목적보다는 바람을 쐬고, 몸을 움직인다는 의미가 크다. 그런데 하다 보면 시간당 수입과 꿀콜, 똥콜 등에 자극을 받기도 한다.
오토바이의 타이어 공기압을 점검하고, 예열을 하는 중에 콜이 들어왔다. 배송 목적지는 송정이다. 내 기준에 가기 싫은 코스는 아니지만, 대표적인 유배지역으로 인식되어 있다.
'넘어가면 후회할 것 같다. 하지만 바람 쐬러 나온 것이니....'
일단 수락을 하고 느긋하게 수행을 해본다. 어차피 평일 주간이라 이것저것 가려서 탈 입장도 아니다.
뒷콜이 붙는 것이 유지되었다. 바쁠 때에는 운전 중에 콜이 지속적으로 울린다. 그런데 오늘은 배송을 완료하고 오토바이로 향하는 중에 뒷콜이 붙어주는 상황이 연속되었다. 이런 패턴이 오히려 일이 편하다. 수입은 유배지임에도 큰 차이가 없었다. 이제 낮에 송정 넘어가는 것을 꺼려하지 않아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다만 숨 좀 돌리려고, 담배를 피워 물거나 캔커피를 따거나 한 애매한 타이밍에 콜이 오면 마음이 급해진다. 쿠팡은 조리대기도 거의 없다. 돌이켜보니 인구밀집지역에서 바쁘게 일을 하는 것만큼 움직였지만, 체력소모가 훨씬 적었다. 마음과 몸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 같다.
오늘 운전을 하면서 모닝을 탄 아줌마가 역주행 직전에 자기 차선을 찾는 장면을 보고, 공포스러운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오토바이는 아무리 오래 타도 한 번씩 오싹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조심 또 조심...'
이런 식으로 점심피크를 보내고, 집으로 귀가했다. 송정에 잡혀있을 줄 알았는데, 마친 곳은 센텀시티를 거쳐 좌동 신도시에서 마무리하게 되었다. 4시간 정도 했으니, 대충 시급 1만 3천 원 정도이다. 이것저것 제외하면, 최저시급정도 번 것 같다. 단가가 점점 낮아지는 느낌이라, 숙련돼도 수입에는 큰 차이가 없는 것 같다.
귀가하면서 매일 한 장씩 사진을 찍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좀 더 풍성한 느낌의 일기를 쓸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