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려 했다. 책상을 정리하려고 하니 필요한 물건도 있고, 스마트폰을 바꿔서 시험도 할 겸 느지막이 집을 나섰다. 스마트폰이 조금 커졌는데, 핸들을 꺾을 때 스크린과 간섭이 생겼다. 거치대를 조정하고는 어디서 시작할지 고민했다. 배민과 쿠팡을 동시에 켜고 비마트 쪽으로 이동 중이었는데, 평소와 다르게 쿠팡이 먼저 울린다. 단가 참 구리다.
콜 두 개 수행하고 끊어지고, 또 두어 개 하고 나면 끊어지고... 오늘 참 여유롭다. 평소와 달리 쿠팡만 콜이 들어오고 배민커넥트는 조용했다. 스마트폰을 바꿔서 오류가 생겼나 하는 비합리적인 의심을 하게 된다. 그래도 콜사부터 유배지 배송까지, 해운대구 우동부터 송정까지 참 골고루 이동을 했다.
그런데 신기하게 이렇게 콜이 없는 날에 라이더들을 관찰하면 평소보다 더 바쁘게 움직이는 것 같다. 운전 좀 얌전하게 했으면 좋겠다. 가끔 동차선으로 스치듯 추월하는 사람들을 보면, 내 오토바이에서 미사일이라도 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오늘도 어김없이 고 배기량 스쿠터를 탄 배달 라이더에게 동차선 추월을 당했다. 사실 미사일은 없어도 블랙박스는 있어서 당할 때마다 영상을 찾아서 다운을 받는다. 하지만 마음이 누그러지면 신고는 하지 않는다. 이제는 얄짤없이 신고를 넣어야겠다.
귀가하는 길에 다이소에 들렀다. 강력한 양면테이프가 필요했다. 그리고 어김없이 캠핑용품 코너에서 아이쇼핑! 백패킹에 사용할 수 있는 접이식 테이블이 새로 나왔다. 지금은 늦었지만, 내년에 백팩 하나에 짐을 챙겨 떠나는 초울트라 캡숑 미니멀 캠핑을 구상하고 있다. 집어오려다가 당장 필요한 것만 사야겠다는 생각에 테이프와 PC용 스피커를 구매했다. 책상을 정리하고, 스피커를 설치했다. 결과적으로 실패이다. 미세하게 지지직거리는 소음이 내 귀를 거슬리게 했다. 그냥 모니터에 내장되어 있는 스피커를 계속 써야겠다. 특별히 내세울 것이 없는 하루지만, 무엇인가 참 골고루 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