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기장(감성, 일상)

100원에 달라진 기분.

by ♠SeltoΨ 2024. 10. 9.
반응형

아침에 눈을 뜨니, 몸도 마음도 축 처지는 느낌이었다. 오늘은 한글날이고, 휴일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평소보다는 콜이 많을 것이라 예상되었다. 하지만 나는 휴일이면 밖에 나가는 것을 싫어한다. 차가 막히거나 사람이 많아서 복잡한 것을 아주 싫어하는 성격이다. 날씨도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아서 몸을 일으키는 것이 더욱 귀찮았다.

 

그래도 결심한 것이 있어 억지스럽게 복장을 착용하고 집을 나섰다. 가능한 깔끔하고 예쁜 옷으로 무장을 했다. 콜을 타다가 조금이라도 마음이 동하면 어플을 끄고 저 멀리 라이딩을 떠날 요량이었다. 오늘따라 소화도 더 안 되는 것 같았다. 이놈의 위장병은 아무리 약을 챙겨 먹어도 나아질 기미가 없다. 

 

머리를 비우고 본능적으로 콜을 수행하는데, 단가도 효율도 평일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제 마음이 동하지 않으면 휴일이라도 그냥 쉬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예기치 못한 사건이 생기고 말았다. 초밥을 픽업하기 위해 가게 앞에 주차를 했는데, 발밑에 살짝 반짝이는 물건이 눈에 띄었다. 주워보니, 1991년도 생 100원짜리 동전이었다. 돈을 주워본지가 언제였던가? 오래되었다는 것보다 경험자체가 희귀하다. 100원이 뭐라고 요즘은 자판기 커피 한잔 못 마시는 금액인데, 기분이 묘하게 환기가 되었다. 옷도 이쁘게 입고 나온 데다 날씨도 선선하여 기분이 구릴 이유가 전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 어제 생각한 것이 떠올라서 내키는 데로 사진을 몇 장 찍어보았다. 난 사실 사진을 상당히 잘 찍는다. 오래전에 각을 잡고 공부하고, 고가의 카메라도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결정적인 약점은 사진을 찍는 것을 상당히 귀찮아한다. 전에 직장 생활할 때, 취미가 들통나서 각종행사에 사진은 전부 내 업무가 되었던 악몽 같은 경험이 있다. 노래방에서 필 받아 노래를 불렀다가... 축가에 불려 다니는 곤욕을 치른 적도 있다. 그래서 무엇인가 잘한다는 것에 부담을 느낀다. 

사진 참 구리다.

 

여하튼 사진을 찍다가 발견한 것이... 전화기 카메라가 맛이 갔다. 그동안 모르고 있었는데, 줌이나 광각으로 조금만 조절해도 어김없이 초점이 나간다. 그냥 단렌즈처럼 고정으로 사용은 가능할 것 같지만 이 스마트폰을 오래 쓰기는 했다.

 

귀가해서 동생이 쓰다가 버린 스마트폰으로 옮겨 탔다. 시간이 꽤나 걸렸다. 그래도 나한테는 새 스마트폰이니 정 붙이고 써야겠다. 화면도 커지고 카메라도 쌩쌩할 테니, 내일은 좀 더 재미있게 일할 수 있겠다. 결국 내일도 배달일을 할 핑곗거리가 생겨버렸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