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 살던 동생이 갑자기 귀국해서 방이 하나 더 필요하게 되었다.
어른스럽게 사용하던 넓은 방을 양보하고는 옷방으로 쓰던 가장 작은 방으로 이주했다.
더블침대 하나 놓으면 방의 60%가 꽉 차는 상태가 되는 2평이 되지 않는 협소한 공간이다.
내가 생활하는데 필요한 것을 배치하기에 상당한 고민이 필요했다.
필수적인 잠자는 공간, 간단한 업무를 볼 수 있는 책상, 옷이나 짐을 넣어둘 수납공간...
아래는 지금 사용하는 방의 대략적인 도면이다.
저 좁은 곳에 필요한 공간을 어떻게 활용했는지, 필자처럼 골방을 써야 하는 안타까운 청춘들에게 희망과 참고가 되길 바란다.
1. 작은 사이즈의 침대로 구성한 잠자는 공간.
침대는 가장 작은 사이즈인 멀티 싱글을 선택했다. 두 개를 붙이면 퀸사이즈가 된다.
아이들은 편하게 쓸 수 있고, 성인은 그냥 큰 불편 없이 잠을 잘 수 있는 사이즈이다.
흔히 기숙사나 고시원에 있는 작은 사이즈의 침대를 떠올리면 된다.
길이는 2m, 폭은 0.9m 정도 된다.
내 숙면은 중요하기에 방의 1/3을 침대에 양보했다.
프레임에는 수납이 되는 형태라 서랍 한 칸은 양말과 속옷, 중간은 잡동사니를 보관한다.
나머지 하나는 책상 때문에 사용을 포기했다.
매트리스 아래 수납공간에는 계절 옷과 물품을 보관해 두었다.
2. 간단한 일을 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간이 업무공간
사실 이방에서 깨어있을 때 가장 많은 활용을 하는 공간이다.
투자 공부도 하고, 회사 업무를 하기도 하고, 블로그나 미국 주식거래도 이 공간을 이용한다.
철제 조립식 책상 중에 방 사이즈에 적합하고, 튼튼해 보이는 제품으로 구매했다.
가로 0.8m쯤 되는 독서실 형태의 책상이고, 침대 바로 옆에 두어 협탁으로도 활용한다.
상판에 수납공간도 있고, 사진에서처럼 빔프로젝터를 설치해둬도 보기 좋게 정리가 된다.
자주 꺼내 써야 하는 물건들은 가려놓은 공간에 보관한다.
정리가 잘 안 되는 물건들이라 저렇게 가리는 게 깔끔해 보인다.
노트북 하나 놓고, 사용하면 딱 안성맞춤의 사이즈이다.
불만 없이 잘 사용하고 있다.
3. 차지하는 공간에 비해 많은 것을 수납할 수 있는 창고 공간
옷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미니멀리스트도 아니다.
행거가 옷장보다 많은 양을 해결할 수 있지만, 방에서 가장 꼴 보기 싫은 것도 행거이다.
그래서 아예 설치형 가벽을 치고, 행거랑 옷걸이를 통째로 넣어버렸다.
옷을 수납하고도 공간이 남아서 스노보드 장비까지 같이 보관할 수 있다.
제일 신경 써서 만들었고, 만족하는 행거 공간이다.
좀 거창하지만 나는 미니 드레스룸이라고 부른다.
천장에 설치한 롤스크린을 내리면, 보기 싫은 물건들이랑 행거를 깔끔하게 처리할 수 있다.
가벽에 타공도 되어있어서 통풍이랑 습기도 신경 쓸 필요가 없다.
4. 저렴하게 구성한 환경을 위한 보너스 설비
오래된 집이라 창틀이 엉망이다.
페인트까지 새로 하고 싶지만, 전셋집이라 노력을 많이 들이고 싶지는 않다.
에어컨은 창문형으로 설치했다.
신경을 조금 써서 창문을 조금이라도 열고 닫을 수 있도록 설치를 했다.
방문과 창을 함께 열어놓으면 바람이 시원하게 통해서 환기가 어렵지 않다.
창문형 에어컨은 벽을 타공 하지 않아도 되고, 손재주가 있으면 이동해서 설치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단점은 조금 시끄러운 부분은 있지만, 적응하면 한여름의 열대야 속에서도 꿀잠을 잘 수가 있다.
에어컨이 절실한데, 설치나 금액이 부담되는 분들에게 강추한다.
반대편 벽면은 스크린을 두어서 책상에 설치한 빔프로젝트로 영화를 볼 수 있게 만들었다.
좁은 방이니 쾌적한 환경을 위한 공기청정기도 한쪽을 차지하고 있다.
이 녀석이 이 방을 나보다 더 좋아하는 것 같다. 웬만큼 괴롭혀도 나가질 않는다.
5. 꿈 꾸는 골방의 완성된 사진
지저분한 벽은 데칼로 장식했고, 찢어진 벽지는 벽돌 모양 폼으로 보수도 해서 꽤 쓸만한 방을 완성했다.
남는 공간 없이 활용했지만, 꽉 들어차서 갑갑한 느낌은 없다.
공간 디자인이 별건가? 사용하는 사람이 필요한 만큼 효율적으로 만드는 것이 공간 디자인이지.
많이 부족하지만, 만족스러운 주인장의 꿈꾸는 골방 소개를 마치겠다.
다시 한번 좁은 방을 사용해야 하는 안타까운 청춘들에게 희망과 참고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