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적으로 음식배달을 하다 보면, 내키지 않는 배달이 배정될 때가 있다. 난 단가나 거리를 크게 상관하지 않는다. 따라서 그냥 평범한 라이더의 기피 콜과는 기준이 약간 다르다.
가장 영향을 많이 주는 요인은 타이밍이다. 이것만 갖다 주고 숨 좀 돌려야지 생각한 순간, 붙는 뒷골은 조건이 아무리 꿀콜 범위에 들어가더라도 반갑지 않다. 그리고 스타트 지점에서 멀어지는 코스도 기피하게 된다. 어차피 빙글빙글 돌다 보면 복귀콜이 잡힐 텐데, 전혀 자극받을 필요가 없는데도 항상 그렇다.
일요일이니 집중해서 수입을 올리기로 마음을 먹고 일을 나갔다. 의외로 꾸준히 일이 이어지지 않았고, 아침에 충만했던 내 의욕은 조금씩 꺾여갔다. 기계적으로 수행했으면, 수입적으로 평소보다 좋았을 것이다. 그냥 귀찮아서 몇 개를 흘려보내고, 가고 싶은 곳으로 향하는 콜만 잡다 보니 시간당 수행한 개수는 평소보다 적었다.
대부분의 업무는 마무리만 잘하면 충분한 만족감을 준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장거리 콜을 잡고 멀리 나왔다. 배가 고파져서 복귀콜을 잡기 위해 괜찮은 멀티배달 몇 개를 보내버렸다. 복귀 콜 잡는 것을 포기하려는 순간, 2배 차가 배정되었다. 왓더버거와 유가네닭갈비를 픽업해서 내 서식지 인근으로 배송하는 콜이었다. 물론 단가는 불만족이었지만, 거리가 있다 보니 2배 차 만원 인근 정도의 수입이 생기는 일이었다. 속으로 땡큐라고 속삭이며 콜을 잡았다. 구리 했던 기분이 깔끔하게 환기되었다.
우리 동네에도 왓더버거와 유가네닭갈비가 있다. 가까운 가게를 두고 굳이 이 먼 곳에서 주문을 넣는 소비자들의 심리는 비슷한 콜을 받을 때마다 미스터리다. 덕분에 난 땡큐이지만...
생각해 보니 오늘은 사진을 찍지 못했다. 바쁘지는 않았지만, 마음에 여유가 없다 보니 깜빡한 것 같다. 할 일을 하지 않은 것처럼 찜찜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