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린 후 다음 날은 콜이 많이 없다. 비 오는 날 배달이 바쁜 것은 라이더의 부족도 있지만, 소비자들의 수요 증가도 한몫을 한다. 그런데 다음날은, 어제 시켜 먹었는데, 오늘은 참자. 하는 심리에 더해 쉬었던 라이더들이 오늘은 한 푼이라도 벌어야지 하는 마음으로 나오기 때문이라 개인적으로 분석해 본다.
11시쯤 예약했던, 오토바이 정비를 완료했다. 엔진오일과 점화플러그를 교체했는데, 점화플러그는 조금 더 사용해도 괜찮을 듯했다. 정차했을 때, 공회전이 힘이 없어서 교체했는데, 별 변화가 없는 것 같다. 다음에는 뒷 타이어와 배터리를 갈아야 한다. 오토바이는 소모품 주기가 짧아 은근히 유지비가 들어가는 느낌이다.
그래도 정비를 마치고 나니, 든든하다. 월동준비로 토시와 탈착식 열선도 달았다. 이번에 USB 포트가 추가된 충전거치대로 바꿔서 작년 겨울처럼 열선을 위해 따로 배터리를 준비할 필요가 없어졌다. 요 며칠 오토바이에 지출을 많이 했다.
시간은 늦었지만, 최소한 오늘 쓴 돈 이상은 찍고 들어가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배달어플을 켰다. 예상대로 단가도 좋지 않고, 그 낮은 단가의 콜도 드문드문 들어온다. 그래도 어쨌든 차곡차곡 쌓아서 목표금액은 맞추고 들어왔다. 시급 15,000원이 옛날처럼 쉽지가 않다.
습관이란 게 무시를 못한다. 오늘도 귀찮아서 콜 몇 개를 거르다 보니, 괜한 담배만 더 소비했다. 늘 다니던 부자동네부터 빈민가까지 골고루 돌아다니다 복귀했다. 집에서 어머니가 만둣국을 끓여놓고 기다리고 계셨다. 늦은 점심을 먹으며, 내일은 각 잡고 주간 배달을 누벼보리라 마음먹었다.